개발자로서의 인디게임

게임계에 투신(이라기보다는 실족)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쓰다보니 헉 소리가 나네)

초창기의 게임계까지는 아니고, 그 다음세대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하반기의 게임개발계는...
반지하 단칸방에 예닐곱명이 모여 방바닥에 차오르는 습기를 걸레로 닦아가며 라면 끓여먹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에는 배고픔을 견딜만큼의 열정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싸워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과 뭉치고 하면서,
그닥 훌륭한 경력관리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기억에 남는 추억 몇개는 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
친했던 사람들이 사소한 작은 이해관계로 인해 갈라서는 것을 보며
그들에게, 또 저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구요,
서서히 자본의 힘이 게임계를 잠식하면서,
꿈과 희망보다는 돈과 노동으로 변질되어가는 개발자의 위상 변화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산업화의 당연한 귀결이라면 받아들일 밖에요.

그러다보니 게임계에 입문한 이후 꿈꿔왔던 "나만의 작품"이라는 것은 구름 저 멀리 사라져갑니다.
그저 월급쟁이, 회사원일 뿐이죠.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스스로를 개발자라 불러왔지만 지금은 때때로 회사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략 2005년쯤부터 인디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웹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플래쉬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좋은건 네이버 블로그에 챙겨두곤 했지요.
그 게임들의 가벼움, 신선함, 자유로움에 반하고...
그리고 기성 게임들은 눈길을 주지 않을 참신한 영역을 건드리는 도전정신에 매료되었지요.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후, 그들의 언어를 배워가는 게임.
상처입은 봉제인형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게임.
무릎 관절 수술과정을 소개하는 게임.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정말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게임들...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고작 6천개 미만이라는 얘기는 생략)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소재와 번뜩이는 재치에 감탄을 연발하며,
이런것이 게임이다 하는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라는 생각을 품어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시작을 하는 단계인데요,
과연 꿈꿔왔던 것처럼 매력적인 세상일까...?
아직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만은 신나네요.
(그럼 이런거 쓸 시간에 프로그램이나 더 짜 !)

Posted by moonyeom

2009/12/15 22:52 2009/12/1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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